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받은 수업의 영향으로 단단한 구성과 구조적 소재가 특징인 구상(1954-1956) 시대는 구상적인 모티브가 완전히 사라지고,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주를 이루던 화면에서 다양한 색조가 피어나는 추상(1957-1960) 시대로 이어진다.
프랑스 화단에서 호평을 받은 여성과 대지(1961-1968) 시대에 작가는 베틀에서 천을 짜내듯 갈퀴로 대지를 경작하듯 단색 위로 대조되는 색을 끊임없이 겹치며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국적 색조를 완성한다.
파리에서 워싱턴과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도시를 새로운 에너지를 잉태한 장소로 해석하는 중복(重複, 1969-1971)과 도시(1972-1974)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는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기계와 자연, 죽음과 생명, 동양과 서양 등 상반된 요소들이 결합된 합일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원이 주요 모티브로 작품에 나타난다. 음과 양, 초월(1975-1976), 자연(1977-1979) 시대에서 작가는 초월적 시간을 주제로 탐구한다. 음과 양은 남과 여의 조화도 의미하지만, 땅과 하늘처럼 이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의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1980-1994) 시대에서 작가의 시선은 땅에서 벗어나 하늘로 향한다. 작가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알래스카의 풍경을 작가가 꿈꾸던 이상도시의 환상적 이미지와 결합하였다.
대단원의 우주(1995-2008) 시대에 들어, 작가는 제목 그대로 ‘우주’를 노래한다. 무수하고 다채로운 별들이 빛을 발하고 소용돌이 치는 듯한 화면은 우주적 숭고함과 생명력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