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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s

Art Basel 2023 : Pioneers of the Korean avant-garde

Jun 10, 2023

How did Gallery Hyundai become a leading Korean contemporary art gallery? HyungTeh Do, owner and CEO of Gallery Hyundai, spoke with Art Basel about the history, identity, and the future direction of the gallery, which has stood at the vanguard of the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for more than fifty years.

Full Interview on the Art Basel website (EN)

갤러리현대는 어떻게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갤러리가 되었을까? 아트바젤 2023에 참여하며,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와 아트바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50년 넘게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갤러리현대의 역사와 정체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하여.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들 
이승택부터 오늘날의 선지자들까지– 50년 이상 한국 현대미술을 국제적인 규모로 육성하고 이끌어 온 갤러리현대

정하영 

“왜 갤러리스트가 나를 만나러 왔습니까? 나는 팔리는 작가가 아닌데.”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가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이승택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아가 향후 계획을 논의할 때 작가가 한 얘기다. 2009년 이승택 작가가 백남준 미술상을 수상했을 때 도대표는 큐레이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이승택의 인터뷰 통역을 도왔다. 이 영어와 한국어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대표는 이승택 작가의 도기, 엉성한 플라스틱, 목재, 한지까지 비전통적인 재료들로 만든 ‘비조각’을 포함하는 전례 없는 그의 작품 세계에 매료되었다. 이승택의 조각은 또한 서구 현대 조각에서 거의 정립되지 않은 물, 불, 바람, 안개와 같은 자연환경의 재료들(비물질)을 끌어들였다. <강에 띄운 캔버스를 불태우기>(1964)에서 소개된 그의 작품의 일시성은 그의 작품들을 서구 미술사의 전통 계보와 구분 지음과 동시에 컬렉팅 면에서는 어려움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표가 이승택 작품의 가치를 알아봤을 때 그는 작가를 갤러리에서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이승택을 포함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인지도를 키웠다. 올해 이승택의 <바람-민속놀이> (1971)가 뉴욕 카날 프로젝트(Canal Projects)의 기획으로 허드슨 강가에서 재연되었으며, <고드랫돌> (1958)은 영국 테이트 모던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이승택 이외에도 그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했던 작가들에게도 확대된다.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 전시는 올해 가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출발해 이후 로스앤젤레스의 해머미술관에까지 순회한다. 이 전시는 한국 국립현대미술관과 수년간 협력 연구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으며, 196-70년 당시 전후의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정치적 변화 속에서 실험적 재료와 방법을 통해 아방가르드 미학을 추구한 당대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한다.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우리는 왜 현재 시점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2010년 중반부터 국제적인 갤러리들과 아트페어들의 유입으로 서울은 현대 미술의 허브로 발전해 왔다. 2016년에 서울의 역사적인 갤러리 구역인 종로에 패로텡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리만 머핀,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글래드스톤 등이 분점을 열어 서울, 한국과 세계 아트 신을 연결하고 있다. 이렇듯 대형 해외 갤러리들이 서울에 매혹되는 이유는 한국의 견고한 사회 경제 구조와 K-팝, K-무비 산업의 세계적인 성공을 포함하여 인상적인 문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 각국의 청중을 사로잡았고 한국의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 예술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 또한 이 생기 넘치는 문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준비가 됐다.

무엇보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의 성공적인 ‘제2의 데뷔’는 수 세기 동안 발전되어 온 역동적이고 자율적인 아트 커뮤니티의 역할이 크다. 또한 한국 예술가들을 해외 시장과 담론에 소개하는 지역 갤러리들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갤러리현대를 비롯하여 국제갤러리와 학고재갤러리 등은 전쟁 전, 전쟁 후 추상회화에서부터 오늘날의 뉴미디어 아트까지 작가들을 폭넓게 발견, 지원하며 국내외 미술관, 컬렉터들과 같은 다양한 문화 활동가들과 연을 맺어왔다. 이 갤러리들이 이어온 노력은 현재 한국 미술계의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1970년 4월 ‘현대화랑’으로 문을 연 갤러리현대는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판매와 작가 지원을 병행한 최초의 갤러리이다. 설립자 박명자 회장의 선지적인 리더십으로 갤러리현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 작가들을 세계적인 무대에 알리기 시작했다. ‘단색화’라는 이름이 탄생하기 10여 년 전인 1987년,  갤러리현대는 시카고 국제 미술 전시회(Chicago International Art Exposition)에서 정상화의 단색 그리드 작품을 소개한다. 이후 갤러리는 전쟁 전과 전쟁 후 추상화가들의 작업을 꾸준히 조명하여 1995년 FIAC에서는 윤형근을, 1996년 아트 바젤에서는 서세옥을 소개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 현대 미술을 국제 무대에 선보인다는 갤러리의 전념은 설립자의 아들이자 현재 갤러리의 CEO인 도대표의 말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트 페어를 통해 한국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단기적인 수익을 넘어서 미래의 관객들을 교육하고자 함입니다.”

아트 신 내의 상업 화랑의 역할을 계속해서 갱신하며, 갤러리현대는 한국 작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수십 년간 단색화 이외의 예술적 흐름들을 짚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 도대표가 이승택을 만난 이후, 갤러리현대는 이승택과 비슷한 철학을 가진, AG 그룹(‘The Korean Avant-Garde Association)(1969–1975)과 같은 실험적 그룹을 형성하여 예술의 개념 자체를 전복시키고자 분투한 작가들과 관계를 확대했다. 갤러리현대는 활발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당시 저평가되었던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와 같은 작가를 주목했다. 

갤러리현대는 창립자 박명자 회장의 철학을 계승하여 전시 이외에도 현대 미술 담론을 촉진시키기 위한 출판 활동을 이어갔다. 박명자 회장이 1973년 한국의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세계의 현대미술의 흐름까지 아우르는 잡지 ≪화랑≫을 출판하며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오늘날의 갤러리현대 또한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ean Research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와 영어 텍스트를 제작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 대한 범지역적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 6월 갤러리현대의 아트바젤 바젤 참가는 2008년 이후 재입성이다. 이번 참여 작가들은 ‘다음 50년을 기약하며 반걸음 내딛고, 지난 50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라는 도대표의 포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즈 섹터에서는 도예가 박영숙의 대형 백자와 추상화가 이우환의 점, 선이 만나 도자기의 물성을 한국 근현대 회화 안에 새로 위치시키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언리미티드 섹터와 필름 섹터에서는 문경원&전준호와 김아영이 각각 참여하여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를 오가며 사회문화적 이슈들을 짚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와 같이 현대 미디어 아트의 중요성을 탐구하며, 갤러리현대는 추상회화와 과거의 실험예술이라는 유산 저편으로 시야를 확대해 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도대표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이자 오랜 스승인 백남준을 방문했다. 이때 백남준은 도대표에게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은 그림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그쯤이면 벽들이 다 스크린으로 뒤덮일 것이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백남준의 비전이 미디어 아트에서 한국 예술의 다음 세대를 찾는 갤러리현대의 지향점에 기여했는지도 모른다. 십 년 후 한국 현대 미술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될까? 한국 근대 미술의 폭발적 성장을 잉태부터 함께했던 갤러리현대의 비전에서 우리는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6월, 갤러리현대는 아트바젤 갤러리즈, 언리미티드, 필름 섹터에 참여한다. 갤러리즈에서는 한국 추상회화의 마스터 이우환과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 박영숙이 협업하여 탄생한 백자 작품 등을 선보인다. 언리미티드에서는 문경원&전준호의 비디오 라이팅 인스톨레이션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News from Nowhere: Eclipse)>(2022–2023)이 소개된다.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는 종말적 환경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의 자유 의지와 투쟁을 묘사한다. 필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사변적 비디오와 인스톨레이션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2022)를 선보인다.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마스터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는 회사 ‘딜리버리 댄서’에서 일하는 여성 딜리버리 댄서의 이야기를 다룬다. 더 자세한 정보는 갤러리 현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Photography by Sarah Koeke for Art Basel. Courtesy of Art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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