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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Yang Jung Uk 양정욱 : 곤란한 그림

Sep 16, 2020

Yang Jung Uk presents his essay Awkward Drawings accompanied by new drawings. The essay expresses the anxiety and hesitation embodied in varied layers the artist might traverse while creating his work. His unique, lyrical and multi-sensory art pieces start from trivial and minor stories that surround the artist in his daily life. “The fragments of my drawings become drop cargo ending in awkward drawings. Today, I transfer the piece to my keyboard.” Such a line reflects Yang as a person observantly contemplating his surroundings then transferring his ruminations to the keyboard to create stories.

양정욱의 에세이 「곤란한 그림」과 새로운 드로잉을 공개한다. 이 글에는 작가가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망설임, 그럼에도 꿋꿋하게 창작을 이어가는 다짐 등의 감정이 다층적으로 담겼다. 특유의 서정적이며 공감각적인 그의 작품은 주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나의 그림의 일부는 그렇게 떨어진 화물이 되어 곤란한 그림이 되었다. 오늘은 이 그림을 자판으로 옮겼다”는 문장처럼, 작가는 오랜 시간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들을 자판에 옮겨 이야기를 만든다.

곤란한 그림

/ 양 정 욱

정답이 있는 그림이 있다. 이것은 어릴 때 배워서 유용하게 사용한다.

정답이 있기 때문에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림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핀잔을 듣는다. 나는 아직도 이 평가에서 종종 탈락되고, 그림체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바꾸어 보려는 시도는 해본 적이 없다. 가끔 들르는 문구점에, 진열된 수많은 팬과, 그 주변의 연습용 종이에 남겨진 복잡한 흔적들을 보며, 그것을 남긴 그들을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보면 가끔 작업실 문틈으로 작은 메모지와 볼펜이 전달되는 날이 있다. 물론 거기에는 기계가 새겨 놓은 그림이 두껍고 똑같이 있지만, 나는 이것을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곤란한 그림을 계속 그리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종이가 많으면 그림은 쉬워진다. 쉬워지는 그림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다음 종이들로 왠지 빠르게 옮겨져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의 그림은 작고 촘촘하다. 구석으로 모아서, 쓰던 종이를 아끼고, 잉크를 아껴서 그린다. 마지막 종이고 마지막 잉크인 것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의 마디가 생기고 몇 개의 선을 그려 순서를 뒤적인다. 그러면서 생각이 빨라진다. 

달리는 화물차가 덜컹거리며 속도를 내다가, 한 개의 화물이 불안하게 덜컹인다. 나는 이때 운전사이므로 그 사실을 모르는 체로 직진하고, 속도를 낸다. 역시나 불안하던 화물이 떨어진다. 뭉개졌고 알 수 없게 되었다. 

나의 그림의 일부는 그렇게 떨어진 화물이 되어 곤란한 그림이 되었다. 오늘은 이 그림을 자판으로 옮겼다. 곤란한 그림을 보며 그 순간을 떠올렸다. 적당한 속도와 망설임을 되새겼다. 자판으로 정리가 끝나니 어떤 문장이 생각났다. 나는 그것을 파일의 이름으로 저장했다.   

Yang Jung Uk,
Signboard for some of store No.14,
2019,
Mixed media,
56.5 X 34.5 X 37.5 cm Inquire
Yang Jung Uk,
Signboard for some of store No.17,
2019,
Mixed media,
112 × 132 × 48 cm Inquire

These stories are echoed but altered in form into mysterious drawings which in turn give birth to his kinetic works such as one of his works Signboard for some of store No.14. The artist’s idea ultimately possesses abstract shapes in a modelled kinetic structure containing different objects, timber, strings, sounds and lights. One of works presented in his solo show at Gallery Hyundai in 2019, Scenery of Dialogue No.2: Speaking of Something When the Sun Goes Down, has its roots in his personal experience decorating his home as a newlywed. Certain periods and sentiments accepting “the differences discovered between one another” such as preferences and dispositions to establish their relationship that could happen to anyone is manifest in the work. Yang works exude his affectionate gaze at our ordinary lives allowing the viewer to appreciate their own stories. 

Yang Jung Uk,
Scenery of Dialogue No.2: Speaking of Something When the Sun Goes Down,
2018,
Mixed media,
193(h) × 870 × 197 cm

삶의 면면이 녹아 든 그 이야기들은 수수께끼 같은 형태의 드로잉으로, 그리고 <어느 가게를 위한 간판 No.14>과 같이 움직임이 더해진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의 생각은 점차 추상적인 형태를 갖추고, 각종 오브제와 목재, 실 등에 소리와 빛, 또는 움직임이 동반되어 하나의 구조물로 조형화되는 것이다. 2019년 갤러리현대의 개인전에 선보인 <대화의 풍경 #2: 저녁이 되면 말하는 것들>은 작가가 신혼집을 꾸미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누구나 겪을 만한 기호나 성향의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간과 감정이 이 작품에 녹아 들어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반영된 그의 작품은 관객 자신의 이야기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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