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of Painting
Jan 14 – Feb 28, 2026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신관, 두가헌 갤러리 (삼청로 14)
참여 작가:
김남경(1979), 김지평(1976), 박방영(1957), 안성민(1971), 이두원(1982), 정재은(1969)
갤러리현대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리는 《화이도(畫以道, The Way of Painting)》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6명 작가의 작품 75여 점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회화적 원형(pictorial archietype)’ 탐구와 ‘원형’의 동시대적 시각 언어로의 변주, 확장을 살핀다. 회화적 원형이란 특정한 시대나 양식을 지칭하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시각적 감수성, 화면 구성 방식, 세계를 인식하는 태도 전반을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6명의 작가는 이러한 원형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계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의 일상적 감각과 기술, 새로운 매체와 현재의 미술 언어를 통해 다시 활성화한다. 그들의 작업은 과거의 도상과 이미지를 호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한 시각적 DNA를 현재의 언어로 확장한다. 나아가 우리의 DNA에 내재하는 한국 전통 회화의 고유한 형식과 정신,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다. 전통은 과거의 양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시선과 인식의 구조 속에서 새롭게 작동하는 현재형의 언어이다. 따라서 전통은 오늘의 회화적 실천 속에서 다시 발현되며, 지금 이곳의 감각으로 확장되고 도약하며 새롭게 탄생한다.
이 전시는 전통을 고정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갱신되어 온 살아 있는 개념으로 재정의한다. 여기서 한국성, 혹은 한국적이라는 것은 역사나 제도권 미술의 계보에 한정하지 않으며,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배제되거나 금기시됐던 무속적 세계관과 감각까지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미신과 과학, 기술과 인간,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그동안 전통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체계화되거나 명명되지 못한 채 일상에 스며들어 존재해 온 한국적 미적 DNA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한다. 전시 제목 《화이도(畫以道)》는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6명의 작가는 특정한 양식이나 해답을 따르기보다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각자 완성한 ‘길’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전통부터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우리의 미감을 소개한다.
갤러리현대 신관 1층에는 김지평, 2층에는 박방영과 이두원, 지하 1층에는 김남경, 안성민의 작품이 전시되고, 이어지는 두가헌 갤러리에서는 정재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먼저 1층의 김지평 작가는 동아시아 회화의 전통적 형식과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현대,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책가도, 산수화, 장황(粧䌙/裝潢) 등 전통적 형식을 고정된 틀로 보지 않고, 시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열린 구조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 형식 속 권력, 욕망, 누락과 균열의 층위를 탐구하고, 그 부재가 만들어내는 틈에서 새로운 서사와 시각적 가능성을 포착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버려진 회화 조각이나 전통적 장식 요소를 재배치하며 주변화된 존재와 잊힌 이미지를 다시 불러오는 방식은, 동아시아 회화의 장르와 서사적 관습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회화적 실천을 보여준다.
작가는 다양한 여성 인물의 캐릭터와 의복을 여러 문화적 기호와 연결해 다수의 족자와 병풍을 제작해 왔다. 이번 전시 출품작 〈디바–무(巫)〉(2026)는 종이 부적을 설치하고 무경을 외우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작업했다. 앞쪽에 설치된 마이크는 록밴드의 여성 보컬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여러 무구(巫具)로 장식된 작품은 무당 혹은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무당은 종종 불온한 존재로 여겨지고, 할머니들은 마치 병풍처럼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이다. 작가는 할머니들 앞에 설치한 마이크를 통해서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그들의 목소리가 발화되고 무대 중앙에서 포착되기를 바란다. 모든 〈디바〉 시리즈 앞에 마이크를 설치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전통은 원형과 연결된 것들의 집합이었고, 이질적이고 외부적인 것들은 전통에서 배제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배제된 것들을 통해 다른 원형, 새로운 원형을 찾는다. 이승과 저승,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공존하는 태초의 공간을 제시한다. 원형의 힘, 태초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찬란한 껍질〉 연작은 조선시대 민화 ‘호피도(虎皮圖)’를 참고로 한 그림이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무섭고 영험한 존재로 귀신, 신과 대등하게 여겨졌다. 무속화 ‘산신도(山神圖’나 새해에 거는 그림인 ‘세화(歲畫)’등에 자주 그려져, 길상과 벽사 부적의 효과를 동시에 지녔다 그중에서도 ‘호피도’는 호랑이가 지니는 상징성을 담은 간결하고 추상화된 그림으로,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이다. 〈찬란한 껍질〉은 나비와 호피를 함께 그린 ‘호접((虎蝶)’, 일제 강점기 호랑이 사냥을 모티프로 한 ‘상화(傷花’), 여성의 머리카락과 호랑이의 털을 합쳐 그린 〈찬란한 결〉 등 본래의 호피도에 간결한 패턴과 이야기를 추가해 그린 세 점의 연작이다. 〈범의 머리를 담그면 비가 내린다〉(2013)는 가족의 고향으로서 자주 김지평 작업의 배경이 되는 북한 평안도 지역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그렸다. 어머니가 태어난 곳인 평안남도 개천군 근처에 ‘삼탄’이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 부근에 내려오는 기우제 설화를 설명한 문장 일부를 가져와 작업의 제목으로 삼았다.
[…평안도에 있는 삼탄(三灘)은 고성강 여울, 모구지 여울, 스무숲 여울이 교류하는 곳이다. 삼탄에 굴이 있고 굴속에 못이 있는데,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날씨가 가물 때 범의 머리를 담그면 비가 내린다.]
‘『신정일의 新택리지』 (신정일, 2019)’에서 발췌
김지평의 작업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와 시각적 층위를 드러내며, 동시대적 감수성과 역사적 서사를 교차시키는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어 보인다.
2층에서는 박방영 작가와 이두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조선 후기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자유분방함과 정형화되지 않은 표현 방식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낸다. 민화 특유의 해학성과 과감한 생략,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화면 구성은 이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전문적인 교육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감각으로 그려 나갈 수 있었던 민화의 개방성과 맞닿아 있다. 두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민화적 성격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며, 제도화된 회화 규칙 바깥에서 형성되어 온 한국적 감수성과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방영은 한국의 전통 서예와 회화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동서양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1985년 한국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한 실험적 설치미술 그룹인 ‘난지도’를 창립하며 평면 회화에서 대규모 설치미술로 전환했었으나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뉴욕에 체류하며 세계 미술을 접하는 과정에서 한국 서예의 획과 동양 미학의 본질인 획, 풍격(風格), 정수, 여백에 대하여 성찰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의 작업은 다시 손의 감각을 회복하는 평면 작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는 전통 한지 위에 모필로 먹을 사용하되, 진주 가루, 금가루, 아크릴, 동양화 물감 등 혼합 재료를 활용했고, 이는 현대 회화의 조형성과 일필휘지의 필력이 결합된 기운 생동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박방영의 작업은 문자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전개된다. 화면 곳곳에 배치된 글귀들은 그림의 일부로서 자연에 대한 찬미, 함께 걷는 동행의 의미,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담아낸다. 거칠고 자유로운 필선으로 그려진 식물과 자연의 생명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릴 적 풍경과 느낌을 불러온다. 이러한 문자와 이미지의 느슨한 결합은 민화적 자유로움과 맞닿은 채 오늘날 회화로 이어진다. 전시작 〈본향의 도 (本鄕之道)〉(2022)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소중했던 기억의 조각들을 화면 위에 풀어 놓는다. 산과 들, 길의 형상이 펼쳐진 화면에는 ‘나를 찾아 지나온 純度(순도)길’이라는 문구가 함께 보인다. 이는 목적지를 향한 서사가 아니라 스스로를 형성해 온 시간과 경로에 대한 조용한 회고의 의미를 지닌다.
이두원은 2023년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2024년 뉴욕 ACA갤러리에서 개인전 이후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2025년 뉴욕 아모리쇼를 대표하는 13인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제도권 미술교육 대신 인도, 파키스탄, 네팔, 조지아, 태국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수집한 천연 재료와 한국 전통 먹을 결합해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회화의 본질은 탐구한다. '재료에는 귀천이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작가는 파키스탄의 양모, 네팔의 햄프 천, 인도의 카디 코튼과 같은 천연섬유와 기타 재료를 현지에서 구하여 한국 전통 먹과 결합한다. 작가는 결과를 정해두지 않고 스케치 없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며 화면을 채워나간다. 자연, 동물, 인간이 하나라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작가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유머러스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이두원의 대표 시리즈인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시리즈는 조선 후기 회화에서 나타나는 정물화의 한 유형이다. 그릇과 꺾은 나뭇가지나 꽃가지를 함께 그린 기명절지도는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조선 후기에 장식성과 상징성을 결합하여 독자적인 형식으로 발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두원 작가의 〈두원기명절지도〉(2025)와 전통 회화의 제목과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그 안을 작가 특유의 자유로움으로 채워 넣는다. 기물과 자연물, 동물과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뒤섞인 화면은 상징적 위계를 벗어나 동등한 존재로 놓이고, 재료의 물성과 붓질은 즉흥적인 리듬을 형성한다. 〈설중대춘도(雪中待春圖)〉(2025) 혹한의 겨울날, 차가운 눈 속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고정된 도상이라기보다 자주 그려졌던 주제의 회화 유형이다. 작가는 자연·동물·인간을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는 우주관을 바탕으로, 전통적 형식과 구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유머러스한 세계를 구축하는데, 이두원의 작품은 전통을 해체하기보다는 전통이 원래 가지고 있던 비정형성과 개방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한다.
지하 1층에는 책가도와 산수화의 전통과 연결 지어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안성민은 민화적 소재를 현대적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을 넘어, 구조적으로 분해하고 재조합함으로서 전통을 재해석한다. 한국 민화의 도상에서 출발하되, 이를 서양 문화와 현대인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오브제들과 대치시키며 새로운 서사를 전개한다. 〈Voyage into Hyper-dimension_02〉(2020)에서는 전통적인 책가도에서 기이하게 생긴 산의 형태가 파편처럼 날아온다. 작가는 전통 산수화 양식으로 그려진 산들이 전통적인 기반에서 이탈해 크고 넓은 바깥 세계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아 초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또한 〈구름물_족자〉 시리즈는 족자형태의 산수화를 레이저 커팅 기술을 적용하여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족자 형태 바깥으로 삐져나가는 산과 구름, 물의 형상이 초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민화의 본(本) 그림이 지녔던 반복과 전승의 구조를 디지털 기술로 치환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 도상뿐 아니라 그것이 생산, 복제, 유통되던 제작 방식과 시스템의 전통까지 함께 호출하며, 전통 회화의 제작 논리를 현대적 기술 조건으로 새롭게 번역하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김남경은 조선시대 책가도의 구조를 출발점으로, 자연 직물과 금속박을 결합한 화면을 통해 기억과 사유가 축적되는 내적 풍경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책가도는 단순히 책과 기물을 나열한 정물화가 아니라, 지식과 학문, 삶의 태도와 이상이 한 공간에 겹친 사유의 장소이다. 작가는 자로 잰 듯한 직선과 명확한 구조의 책가도에서 현대성을 발견하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완결된 틀은 시선과 감정을 고정시키는 구조임을 느낀다. 이 제한적인 요소를 아주 조금만 바꾼다면 어떤 감각을 느끼게 될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 〈15도의 사유〉 시리즈다. 화면을 정면에서 살짝 비튼 15도의 각도는 전통 책가도가 지닌 엄격한 질서를 해체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이다. 이 미묘한 기울어짐은 익숙한 시점을 흔들며, 관람자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이동하도록 만든다. 고정된 해석에서 벗어나 시간과 기억,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각적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또 다른 시리즈 〈비네트(Vignette)〉는 이름이 암시하듯 단편적인 장면이나 사적인 기물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의 서가가 그러하듯, 파편적이고 개인적인 기억의 집합이지만, 그것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을 이룬다. 단편성과 전체성,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질서가 공존하는 이 구조는 전통 책가도가 지녔던 정연하고 연속적인 공간 질서를 의도적으로 해체한다. 각각의 패널은 독립된 장면처럼 존재하지만, 전체가 모였을 때 병풍이나 서가 구조를 연상시키는 느슨한 구성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서재라는 완결된 공간을 모사하던 전통 책가도와 달리, 파편화된 경험과 다중적인 시점이 공존하는 동시대의 인식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책가도의 형식을 해체하기보다는 그 질서를 유지한 채, 오늘날의 생활 공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는 미감을 모색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두개헌갤러리에서는 정재은 작가의 〈일월오봉도〉 시리즈와 〈책가도〉, 〈책거리〉 연작을 선보인다. 왕권의 상징으로 여겨져 어좌나 어진 뒤에 설치되었던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물, 소나무로 구성되어 음양오행사상, 도교적 세계관, 전래의 산악 신상을 함께 담아온 대표적인 궁중 회화 도상이다. 일월오봉도는 보통 8폭 병풍에서 협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도상은 모두 일정한 형식을 띠는데, 정재은 작가는 일월오봉도의 협폭 삽병(받침대에 끼워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왕이 외부 행차 때 사용했다.) 형태를 차용해 동일한 화본을 기반으로 한 연작을 제작한다. 채색의 농담, 선의 밀도, 명암의 처리에 따라 화면의 분위기를 달리하며, 반복 속에서 무수한 변주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 일월오봉도의 화려한 색감과 대조적으로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낮은 채도로 은은한 배경의 효과를 얻고, 금분과 은분을 활용한 미묘한 빛의 효과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두가헌 갤러리 1층에 전시된 대형 〈일월오봉도〉(2017)는 기존 병풍 형식을 확장해 상하 대칭의 구조로 전환한 작품으로, 풍경이 물에 비쳐 반영된 장면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현실의 풍경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동시에 드러내며, 순환과 균형이라는 우주론적 사고를 시각화한다. 한편, 책가도와 책거리 연작은 채도를 절제한 색면과 서가의 기하학적 형태는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배열되고, 직선의 반복과 리듬을 통해 화면 전체에 안정적인 긴장과 질서를 부여한다.
결국 ‘회화적 원형’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보고, 느끼고, 구성하는 방식의 근저에 흐르는 감각이다. 이번 전시는 그 감각이 오늘의 작가들 안에서 어떻게 다시 발화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한국 미술의 정체성과 가능성, 그 확장과 변주를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다층적이고 열려 있는 실천의 장으로서 현대 한국 회화의 또 다른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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